신해량은 리코를 데리고 지상에 도착했다. 혹시 모를 부상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핀 뒤 다시 대한도 땅을 밟는 그 순간, 경험한 적 없는 기억들이 머릿속에 파도처럼 쏟아졌다.
조금 전, 자신의 팀원에게 붙들려 바다 깊숙이 끌려가는 박무현 위로 문을 세 번 두드리면 들어가겠다고 웃는 얼굴이 겹쳐진다. 탈출할 수 있다면 문을 난타해 노래 한 곡조를 뽑으라던 박무현은 다친 서지혁을 신해량과 함께 부축하여 어두운 계단을 올랐으며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신해량과 서지혁이 청룡동 탈출정 포트에 들어가는 것을 고집스럽게 말렸다. 추락한 케이블카에서 신해량을 붙들고 간절히 빌기도 했다. 같이 있어 달라는 박무현의 애절한 부탁을 뒤로한 채 신해량은 방아쇠를 당겼다.
시야가 번쩍임과 동시에 그는 백호동 탈출정 포트에 서 있었다. 팀원들은 정체 모를 통증에 괴로워하는 신해량의 등을 떠밀어 탈출정에 태웠고 그는 수면에 다다르지 못한 채 심해로 가라앉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본 적도 없는 치과에 박무현과 둘이 남았다. 조명이 고장 난 듯 어둑한 딥 블루는 조금 서늘했으며 그곳에서 신해량은 팀원들에게조차 말한 적 없는 얘기를 박무현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질이 된 치과의사를 위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싸우기도 했으며, 동공이 풀려 횡설수설하는 박무현을 분명 탈출정에 무사히 태워 내보내기도 했다.
전부 신해량이 모르는 기억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눈앞을 어지럽히는 기억의 홍수에 현기증이 일었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자 리코가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어느 모로 보나 신해량보다 리코 쪽이 훨씬 안색이 창백하고 상태도 안 좋았다. 신해량은 별일 아니라며 리코에게 둘러댄 뒤 걸음을 재촉했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저 멀리 바다에서 헤엄쳐 오는 서지혁이 보였다. 아마도 그가 타고 올라왔을 탈출정이 수면에 둥둥 떠 있었다. 주변으로 탈출정 몇 개가 더 보였다. 해변 가까이 도착한 서지혁은 대한도 땅을 밟자마자 대번에 표정이 굳어졌다.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고개를 연신 갸웃거린다. 신해량이 그랬듯 경험한 적 없는 기억에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뒤늦게 신해량을 발견한 서지혁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팀장…….”
“팀장님!”
무언가 말을 하려던 서지혁의 목소리는 소총을 품에 쥔 채 달려오는 백애영의 외침에 묻혔다. 분명 서지혁 다음으로 탈출정을 타고 나갔을 백애영이 바다가 아닌 중앙 엘리베이터가 있는 방향에서 나타났다.
“무현 씨가…… 아니, 이게 대체 뭐에요? 이상해. 제가 몇 번을 죽은 거예요?”
“뭐야, 너. 얘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여기 와 있지?”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비틀비틀 다가온 서지혁은 자신의 옆머리를 손바닥으로 퍽퍽 두들기며 말했다.
“너 어디서 오는 거야? 네 탈출정은 안 보이던데?”
“뭔 소리야. 난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왔어.”
신해량은 말없이 백애영을 쳐다봤다. 자신 또한 백애영이 탈출정을 타고 해저기지를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백애영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 일단 부팀장님이랑 지현이가 무사한 건 확인했습니다. 이빨쌤 말대로 탈출정 타고 나와있더라고요.”
서지혁이 뒷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으며 현재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상현이도 멀쩡히 올라왔고……. 근데 제가 바다에서 나오니까 갑자기 이상한 기억들이, 떠올랐거든요?”
“뭐야, 너도?”
어리둥절한 채 인상을 잔뜩 구기고 있는 서지혁에게 백애영이 목소리를 키웠다.
“저 그때 탈출정이 고장 나서 그대로 바다에 빠져 죽었어요. 대한도에 올라오니까 기억이 났어요.”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신해량도 경험했기에 부정할 수 없었다. 지금 해변에 모인 세 사람은 대한도에 오름과 동시에 경험하지 못한 기억들을 떠올렸다.
“그럼 애영이는 우리가 나가고 해저기지에서 하루를 더 반복하고 올라온 거겠군.”
“우와. 바로 머리부터 돌리는 거 봐. 저게 사람이냐. 로봇이지.”
“나도 충분히 혼란스러워.”
“넌 팀장님한테 왜 시비야.”
백애영이 서지혁의 허벅지를 걷어차고는 저 멀리 수면에 떠 있는 탈출정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해량은 제 것이 아닌 것만 같은 낯선 기억을 찬찬히 훑어보고 팀원들이 무사히 전원 탈출했음을 알아차렸다.
단 한 사람만 빼고.
“재희는?”
탈출정을 타고 나갔으나 별안간 다른 곳에서 튀어나온 백애영처럼 혹시 김재희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 물었으나 아무도 김재희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제가 마지막으로 본 건 나팀한테 끌려가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도 백애영은 중간중간 다 올라왔는데, 진짜 다 온 건데, 하며 눈가를 찌푸렸다.
“무현 씨가 너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올라왔다는 거야?”
신해량은 김재희에게 붙들려 바닷속으로 가라앉던 박무현을 떠올리며 물었다.
“네! 제가 조금만 더 빨리 줄을 구해왔으면 데려올 수 있었을 거예요. 진짜 한 끗 차이였다구요.”
“무현 씨는 아직 엘리베이터에 있고?”
“아뇨.”
백애영이 두 손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쓸어내렸다.
“……엘리베이터랑 같이 추락했어요.”
그 말에 서지혁이 고개를 돌렸다. 중앙 엘리베이터가 있을 곳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는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혼란스러움만 가득했다.
“제가 기다리라고, 소리도 내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거든요. 다시 올 거라고 분명 그렇게 말했는데…….”
백애영은 분에 찬 얼굴로 두 주먹을 쥔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었다.
그 순간.
우르르릉-
선명한 광음과 함께 땅을 뒤흔드는 진동이 느껴졌다. 세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해저기지가 붕괴한다.
* * *
박무현은 침대에서 떨어진 충격에 잠에서 깼다.
‘와, 이번에는 진짜 탈출하는 줄 알았다.’
전신을 강타하는 피곤함과 뇌를 짓뭉개는 좌절감에 박무현은 잠시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다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약 5분 남짓한 휴식을 보낸 뒤, 박무현은 한숨을 깊이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구겨진 옷을 털어내고 배낭에 필요한 짐을 담기 시작했다.
어쨌든 백애영은 무사히 내보냈으니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남은 게…….’
엔지니어 가팀에서는 김재희뿐인 건가. 배낭을 고쳐 맨 박무현이 굳게 닫혀 있던 숙소 문을 열었다. 어느새 종아리까지 차오른 물살을 헤치며 숨을 골랐다.
무한교가 들이닥치기 전에 백애영 방에 들러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하던 순간 박무현의 오른손에 있던 라피스라줄리 목걸이는, 그가 침대에서 떨어졌을 때까지도 그대로 오른손에 쥐여 있었다. 한번 경험해서 그런지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낯선 감촉에 더는 놀라지 않았다.
백애영의 숙소에 도착한 박무현은 어렵지 않게 보석함의 트랩을 풀었다. 전에 했던 대로 파우치에 금괴와 금화들을 싹싹 쓸어 담았다. 금으로 된 작은 액세서리 하나 흘리지 않도록 꼼꼼하게 챙긴 뒤 박무현은 벌써 허리까지 물이 찬 백호동 숙소를 빠르게 벗어났다.
백애영은 대한도로 올라갔고, 신해량의 목걸이는 여전히 박무현에게 남아 있었으며, 박무현과 함께 추락한 백애영의 보석함은 새롭게 다시 꾸려졌다. 김재희는 나팀에게 붙들려 간 뒤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박무현은 계단을 올라 탈출정 포트로 향했다. 지금부터 김재희를 데리고 해저기지를 탈출할 예정이었다. 그다음 신해량에게는 목걸이를, 백애영한테는 묵직한 보석함을 돌려줄 거다.
신 팀장의 반응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백애영은 분명 기뻐할 거다. 이 금들을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알기에 박무현은 한시라도 빨리 백애영에개 금으로 묵직해진 파우치를 안겨주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도 푸르게 빛나는 라피스라줄리 역시 배낭 앞주머니에 잘 넣어두었다. 무엇도 잃어버리지 않을 거다. 전부 주인들에게 무사히 돌아가게 될 거다. 박무현이 그렇게 할 거니까.
문제는 김재희가 지금쯤 어디에 있느냐인데…….
부디 탈출정을 이용하지 않고 해저기지 내에 남아 있어 주기를. 박무현은 물에 젖어 무거워진 옷가지를 끌며 간신히 탈출정 포트에 다다랐다.
“재희 씨, 여기 계셨군요.”
그의 간절한 바람을 들어주기라도 한 것처럼 김재희는 아무도 없는 탈출정 포트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인기척에 고개를 들고 이쪽을 쳐다보는 표정이 무미건조했다. 빠르게 박무현을 스캔한 김재희가 조금 전보다는 사뭇 풀어진 얼굴로 물었다.
“절 아시나요?”
“예.”
박무현은 탈출정 포트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했다.
“치과의사 박무현입니다.”
“아. 이번에 새로 오셨다던…… 저를 어떻게 아세요?”
“팀원분들은 먼저 탈출하셨습니다.”
“와아, 그렇구나.”
질문에 맞지 않는 대답을 했는데도 김재희는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같이 외벽 수리하던 사람들이 그새 탈출해버렸다니. 정말 신기하네요. 으음, 선생님 말을 믿지 않는 건 아니에요.”
“안 믿으셔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몰랐습니다. 재희 씨가 부디 여기 계시기를 바라면서 왔거든요.”
김재희의 표정이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생글거리던 낯이 일순간 굳더니 금세 눈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제가 없을까 봐요? 왜요?”
“재희 씨가 여기 안 계시면 어디 계실지 예상이 안 되어서요. 찾으러 다녀야 할 텐데 그런 수고를 덜었으니 다행입니다.”
“이상하다.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저를 왜 찾으시지?”
김재희는 찌뿌듯한 몸을 푸는 것처럼 기지개를 켜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겨져 있던 몸을 바로 하자 새삼 김재희가 작지만은 않은 키라는 걸 느꼈다. 워낙 말라서 그런가, 아니면 신해량을 한번 업고 계단을 올라봐서 그런가. 박무현은 저도 모르게 김재희 정도면 들처메고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저희가 구면이었던가요?”
김재희가 박무현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박무현의 왼쪽 눈을 빤히 응시했다.
“저는 무현 씨 같은 사람 처음 보는데…….”
말끝을 길게 늘이며 김재희가 특유의 나른한 어투로 중얼거렸다. 의심과 기대로 물든 눈매가 호선을 그리며 접혔다. 박무현은 잠시 고민했다. 김재희의 반응은 좀처럼 예상 가능한 범주가 아니어서. 어떤 식으로든 예기치 못한 변수를 만들어낼 거다. 그렇다면 일단은, 솔직하게 얘기하는 게 나으려나.
“저는 재희 씨를 세 번째 보는 겁니다.”
“저를요?”
깜짝 놀란 김재희가 성큼 거리를 좁혀왔다. 한순간에 퍼스널 스페이스를 침범하는 그의 어깨를 반사적으로 슬쩍 밀어낸 박무현이 차분히 덧붙였다.
“재희 씨도 저와 비슷한 일을 겪지 않으셨습니까. 우선 자리를 옮기죠. 가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뒤로 주춤 물러났던 김재희가 다시금 박무현 옆에 친근한 척 달라붙었다. 박무현은 최대한 그쪽에 시선을 주지 않으려 애쓰며 해저기지에서 있었던 일과 자신의 상황에 대해 최대한 간략히 이야기해주었다.
“무현 씨…….”
그러자 김재희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건져진 어린양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를 구원하러 오셨군요.”
* * *
김재희를 탈출시키는 건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
그를 해저기지에서 내보내기 위해 세 번인가 네 번을 죽어야 했으니.
“재희 씨가 먼저 나가요. 나가서 저를 구원해주는 건 어때요? 재희 씨가 구원자 하세요.”
“싫어요. 남을 구원해주는 건 귀찮고 번거로워요. 저는 편하게 구원받고 싶단 말이에요.”
하마터면 빨간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을 뻔했지만, 박무현은 잘 참았다.
김재희를 말로 어르고 달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구원자로서는 그를 탈출시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목숨 바쳐 깨달은 박무현은 방법을 바꾸었다. 평범한 치과의사와 엔지니어인 동료로서, 혹은 친구로서 김재희에게 다가갔다.
중간중간 신해량이 있다면 무력으로 김재희를 제압해서 강제로 대한도에 던져버렸을 텐데. 제게는 그 정도의 힘이 없다는 사실에 서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도 일이 잘 풀려 김재희는 무사히 해저기지를 빠져나갔다. 계획이 틀어지는 바람에 박무현은 그와 함께 올라가지 못했지만, 약속했으니까. 김재희는 친구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으니 그가 해저기지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거다. 박무현이 없더라도 대한도로 꿋꿋하게 올라갈 것이다.
‘제발, 이번에는 말 좀 들어라.’
침대에서 떨어진 충격에 잠에서 깬 박무현은, 가장 먼저 김재희가 해저기지에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삐 뛰어다녔다. 백호동 숙소에는 사람이 없었다.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침내 백호동 어디에서도 김재희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는 걸 깨닫자 박무현은 속으로 조용히 환호했다.
드디어 엔지니어 가팀을 전부 탈출시켰다.
속이 후련했다. 얼마나 홀가분했으면 눈물이 절로 다 나왔다. 초창기 고생했던 멤버들을 진즉 내보내고, 발바닥에 박힌 잔가시처럼 거슬리던 김재희마저 내보내는 데에 성공했다. 나가기 싫다는 녀석 억지로 내보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어서, 그럼 그냥 여기서 나랑 평생 살자, 뭐 그런 못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재희가 무슨 잘못이 있다고 여기서 죽음을 반복해야 하느냔 말이다. 너무도 무의미한 죽음이었다. 그렇게 죽으면 안 되는 사람이다. 여기서 그런 식으로 죽어 나갈 이유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많은 후회와 번뇌가 있었지만, 괜찮다. 전부 내보내지 않았는가.
박무현은 물이 차는 백호동 숙소를 벗어나 중앙동으로 이어지는 복도에 주저앉았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해저기지를 떠난 이들의 얼굴을 덧그렸다.
보고 싶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거겠지. 대한도를 무사히 나가서 제발 구조 요청 좀 해줘라. 나 너무 힘들다. 의식의 흐름처럼 이어지는 어린아이 같은 투정에 허탈한 웃음을 나왔다. 박무현은 마른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해저기지에서 탈출하기 위해 서로를 돕고 희생하며 고군분투하던 그 모든 시간이, 전생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굳이 따지면 전생이 맞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이상 전생을 늘리고 싶지 않다. 박무현은 이번 생에 반드시 살아서 해저기지를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박무현은 청룡동에서 엔지니어 라팀을 만났다. 잘 숨어다닌다고 생각했는데 덜미가 잡히고 말았다. 라팀에는 슈란과 쯔쉬안이 없었다. 기왕이면 나머지 인원도 해저기지에서 내보내고 싶었기에 박무현은 그들을 설득하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가까스로 홍타오를 빼돌려 탈출정에 태울 수가 있었다. 하이윤의 협조가 없었다면 홍타오는 결코 해저기지를 나갈 수 없었을 거다. 그 과정에서 여러 위협과 폭력이 뒤따랐으니.
박무현은 하이윤도 탈출시키려 했으나 실패했다. 본인이 거부한 탓도 있지만 리웨이의 훼방이 가장 컸다. 그쯤에서 박무현은 익숙한 암전을 겪었다. 리웨이의 소행인지, 웨이치가 쏜 건지. 누군가 방아쇠를 당겼고 시야가 까맣게 물들었다.
박무현은 덤덤히 상황을 인지했다. 머리에 총을 맞았구나.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구원자를 죽이면 어떡하냐고 소리치던 하오란의 괴성이었다.
‘한 번에 머리를 쏴준 것에 감사해야 하나.’
자리에서 일어난 박무현은 코피를 닦으며 다시 배낭을 쌌다. 보석에 피가 묻지 않도록 목걸이는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곧장 백애영의 방으로 향했다.
* * *
무한교를 피해 움직이는 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이전이라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미세한 인기척과 소음이 곧잘 귀에 들어왔다. 감각이 트이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나팀을 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엔지니어 나팀에는 스미레와 타마키가 안 보였다. 타카하시는 당연히 없어야 했고.
박무현을 무한교에게 넘기니 마니 실랑이 벌이던 라팀과 달리 나팀은 자기네 팀원을 보지 못하였는지 묻다가 별안간 엔지니어 가팀의 행방을 물었다. 박무현이 고개를 젓자 그는 곧바로 무한교에게 인도되었다.
무한교 신도들에게 끌려가면서도 박무현은 그들을 회유하고 탈출할 것을 권유했다. 눈에 띄게 동요하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몇 번 더 탈출을 종용하자 무리 끄트머리에서 슬쩍 돌아서는 사람이 몇몇 보였다.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조금이라도 마음을 바꿔 탈출을 결심했다면 그거로 충분하다.
박무현은 두 팔이 묶인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제1해저기지로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정전과 함께 추락했다. 그렇게 몇 번의 하루가 더 지나갔을까.
아주 드물게 주작동 연구센터로 갈 수 있는 길이 열릴 때도 있었다. 박무현은 이제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는 이들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다. 이번에는 그들을 반드시 탈출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미생물 총에 맞아 허무하게 죽고 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박무현은 쏟아지는 졸음을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죽고 싶은 건 아니었다. 모든 걸 내던지고 자포자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약간의 휴식이 필요했을 뿐이다. 이후로도 몇 번씩 견디기 힘든 피로가 몰려오면 박무현은 쪽잠을 자기 위한 장소를 물색하며 다녔다. 요상한 바람 소리가 나고 빛 한점 들지 않는 새카만 계단참에서는 도저히 잠들 수 없을 거 같았으나 막상 지친 몸을 누이니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 라피스라줄리를 등불 삼아 계단을 오를 땐 무서워서 눈물이 날 거 같았다. 하지만 무정형의 공포는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휘발되어 날아갔다. 입에서 단내가 나고 목에서는 쇠맛이 올라왔다. 박무현은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며 잠시 한숨 고르려고 했다. 그런데 지나치게 무리해서 계단을 올랐던 탓일까. 일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니, 계단이 부서진 거 같기도 하다. 혹은 발을 헛디뎠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박무현은 휘청거리는 몸뚱이를 제어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서지혁과 신해량이 있었다면 이런 실족사 따위 하지 않았을 텐데.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오래전의 일을 떠올리며 그는 다시 백호동의 숙소로 돌아왔다.
차가운 바닥에서 번쩍 눈을 뜬 박무현은, 마음을 다잡듯 오른손에 들려있는 목걸이를 와락 움켜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웠던 얼굴들이 점차 희미해져 간다.
* * *
숙소 계단을 올라온 박무현은 습관적으로 탈출정 포트 안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매번 포트 안을 꼭 한 번씩 들여다보게 되었다.
한때 저곳은 사람들로 북적거렸었다. 박무현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었고, 사라진 팀원을 찾기 위해 우왕좌왕하던 사람도, 이질적인 통증을 호소하며 꼼짝하지 못하던 이들도 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다. 박무현에게 먼저 다가와 선뜻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체하는 이도 없다. 그들은 전부 대한도에 있을 거다. 그들이, 박무현을 찾고 있을까?
‘날 잊은 건 않았겠지.’
백애영에게 동네방네 여기 사람이 있으니 구조 요청 좀 해달라고 말해뒀으니 반드시 그렇게 해줄 거다. 믿고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대한도로 올라간 사람들이 해저기지에서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박무현의 존재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자신이 해저기지에서 하루를 반복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겪는 것처럼 그들도 지상에 오른 순간 해저기지에서의 기억이 사라질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삶을 살러 떠나버렸을지도 모른다. 붕괴 위험이 있는 해저기지에 과연 누가 구조대를 보내줄까.
여기는 아무도 없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는 곳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자신은 해저기지와 함께 붕괴하고, 다시 잠에서 깨어나고, 또 붕괴하기를 반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거라면…….
아니다. 백애영이 박무현을 잊을 리 없지 않은가. 그라면 반드시 해저기지에 남은 박무현을 위해 구조대를 부를 것이다. 서지혁과 신해량도, 김가영과 투마나코도 이곳에 박무현이 있음을 잊을 리 없다.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박무현을 돕기 위해 대한도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을 거다.
“……짐승도 은혜는 압니다.”
왜 갑자기 그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신해량은 그때를 기억하지도 못할 텐데. 하지만 내가 너희 팀원들 다 올려 보내줬잖아. 그 은혜를 제발 베풀어 봐라. 이제 나를 위한 구조대를 내려보내 줘. 박무현은 실없이 웃으며 신해량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신 팀장아. 슬슬 은혜를 갚을 시간이다. 나 여기에 한시라도 여기 있고 싶지가 않아.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다행히 좀 전까지만 해도 갑갑하기만 했던 속이 한결 나아졌다. 힘들수록 웃으라는 이유가 이래서인가. 지쳤던 마음이 조금씩 활력을 되찾았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박무현을 모르쇠 할 만큼 냉혈한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저기지에서의 일을 잊었다 한들 머잖아 이곳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걸 기억해낼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도움의 손길을 줄 것이다. 이건 박무현의 막연한 바람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그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박무현은 익숙하게 백애영의 방으로 들어갔다.
매번 보석함을 옮겨 담는 일은 전혀 귀찮거나 번거롭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일종의 의식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함정을 해제하고 파우치에 귀금속을 하나하나 쓸어 담을 때마다 이번엔 반드시 이 금괴들을 주인에게 돌려주겠다고, 그렇게 다짐했으니까.
백애영의 방을 나오면서 박무현은 주머니에 넣어둔 라피스라줄리 목걸이도 꺼내어 무사한지 확인했다. 이것도 주인에게 돌려줘야지. 부디 이번 기회에 유실물을 전부 주인들에게 돌려줄 수 있기를. 박무현은 묵직해진 파우치와 시리게 빛나는 목걸이를 배낭에 소중히 담아 넣었다.
빠르게 물이 차는 숙소에서 벗어나자 중앙동에서 들리는 소란이 느껴졌다. 박무현은 즉시 몸을 숨겼다. 무한교가 구원자를 찾기 위해 내려온 것이었다. 교묘하게 무한교의 눈을 피해 움직인 박무현은 무사히 3해저기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투마나코의 미용실로 향하던 도중 바닥에 쓰러진 사람을 발견했다. 목숨이 위험한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지만 동료들은 그를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아무래도 다리를 다쳤으니 움직임에 제약이 많이 따랐을 것이다. 박무현은 도저히 그를 혼자 두고 떠날 수가 없었다. 하필 다리에 총을 맞고 고생하던 누군가가 떠오르는 바람에…….
응급처치를 마친 박무현은 낙오된 부상자와 함께 제2해저기지로 향했다. 다리를 다친 만큼 움직임이 느렸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지만, 괜찮았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 아직 해저기지가 붕괴하기까진 여유가 있었기에 급할 건 없었다.
부상 입은 직원은 잠수정을 몰 줄 알았다. 그 얘기를 듣고 박무현은 계획을 바꿨다.
두 사람은 곧장 2해저기지의 잠수정 포트로 향했고, 그 길에서 또 다른 해저기지 직원을 만났다. 천만다행으로 그는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했다.
무한교의 시선을 피해 숨어다니는 게 쉽지는 않았으나 박무현은 동행인 둘을 잠수정에 태워 탈출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들은 자리가 남으니 박무현에게 함께 잠수정을 타고 나가자며 붙잡았다. 박무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잠수정 포트에서 나오는 길에 무한교를 만나 붙잡혔다.
의식을 위해 제단으로 끌려간 박무현은 곧 해저기지가 붕괴할 것을 직감했다. 예상했던 대로 무한교의 의식보다 해저기지의 붕괴가 더 빨랐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철근이 사람들을 짓뭉갰다. 날파리처럼 한순간에 사라지는 생명을 지켜보며 박무현은 조금이라도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이 혼란을 틈타 지상으로 올라갈 수는 없을까. 제1해저기지면 대한도가 정말 코앞일 텐데.
그렇게 앞만 보고 내달리던 박무현 뒤로 저항할 수 없는 거센 물살이 들이닥쳤다. 도저히 익숙해질 수 없는 죽음이 또 한 번 그를 집어삼켰다.
* * *
백호동 복도에 우두커니 서 있던 박무현은 자그맣게 난 창문을 내다봤다. 이번에도 연구센터의 불이 꺼져있었다. 창밖은 캄캄한 어둠뿐이다.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하루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주작동 연구센터 불빛이 살아있던 적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저곳의 연구원들은 자신이 도울 수 없는 것일까.
상념에 젖어있던 박무현이 시간을 확인했다. 무한교에서 자신을 찾겠다며 제4해저기지로 내려오고도 한참 지난 시각. 박무현은 오늘따라 유달리 조용한 백호동을 둘러보며 눈썹을 휘었다.
평소보다 느릿한 걸음이 중앙동을 향해 나아갔다. 바짓단과 신발이 젖어 그런지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때쯤이면 중앙동 쪽에서 어떤 식으로든 소란이 나곤 했다. 나팀이 오든, 무한교가 내려오든. 혹은 그 둘이 마찰을 빚어 싸움이 벌어지든. 하지만 중앙동에 다다를 때까지 어떠한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박무현은 텅 비어있는 중앙동을 훑어보며 밭은 숨을 내쉬었다. 귀로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숨소리뿐인 고요한 중앙동. 질식할 것만 같은 적막이 섬뜩했다. 박무현은 젖은 발을 질질 끌며 현무동으로 향했다. 나팀은 보이지 않았다. 채굴팀도 없었다.
그는 다시 중앙동으로 돌아와 잠깐의 휴식을 취한 다음 청룡동으로 향했다. 생명유지장치가 고장 난 청룡동은 온도가 뚝 떨어져 주변 공기가 서늘하다 못해 차가웠다. 사람이 오래 있을 만한 곳은 아니었다. 청룡동의 탈출정 포트 문을 여는 순간에는 긴장감으로 목구멍이 조여들었다. 그러나 포트 안은 허무할 만큼 사람의 흔적이라곤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라팀 또한 청룡동에 없는 것이다.
찜찜한 기분을 뒤로 한 채 중앙동으로 돌아왔다. 그새 체온을 뺏겼는지 치아가 딱딱 부딪히며 몸이 덜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중앙동 휴게실에 숨어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떨림이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 따뜻한 차 한잔이라도 하면 좋겠지만, 당장 그런 생각이 머리에 들어올 리 없었다.
박무현은 떨림이 가라앉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작동을 향해 나아갔다. 연구센터로 이어지는 통로는 두꺼운 개폐벽으로 막혀있었다. 그 주변을 맴돌며 서성거리던 박무현이 주작동의 탈출정 포트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 또한 사람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널찍한 패널에서는 이미 사출된 탈출정에 심해로 돌아오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었다. 화면을 멍하니 지켜보던 박무현은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몸을 돌렸다. 중앙동으로 돌아가는 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제4해저기지에 사람이 없다.
소름 끼치던 적막의 원인이 거기에 있었다. 4해저기지가 텅 비어버린 것이다.
이곳엔 살아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자신을 제외하면. 박무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중앙동을 둘러봤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그 안에서 내리는 무한교 또한 보이질 않았다. 텅 빈 엘리베이터를 보고 자신도 태워달라며 접근하는 이도 없었다.
제4해저기지의 모든 사람이 탈출이라도 한 걸까.
그렇다면 정말 기쁜 일이었다. 한데 자신은 어째서 순수하게 기뻐할 수가 없는 걸까. 무언가 얹힌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불편했다. 늑골을 옥죄는 저릿함은 대체 무엇에서 기인한 것인지, 박무현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최대한 오랫동안 사람을 기다렸다. 누구 하나라도 같이 타게 해달라 하면 얼른 와서 같이 타고 올라가자 할 셈이었다. 하지만 박무현을 찾아오는 이는 없었다. 제4해저기지는 끔찍할 정도로 조용했고 박무현은 홀로 제3해저기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이유 모를 기대를 안고 도착한 제3해저기지는 4해저기지와 마찬가지로 인기척이라곤 하나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마치 버려진 폐건물에 들어오기라도 한 거 같았다. 한순간 사람만 증발해버린 도시에 들어선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정말 다 나간 건가?’
박무현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동안 열심히 사람들의 탈출을 돕긴 했다만…….
체력이 허락하는 만큼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3해저기지를 둘러본 박무현이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왔다. 어느새 그는 배낭 앞주머니에 넣어뒀던 라피스라줄리를 꺼내어 부적처럼 손에 꾹 쥔 채였다.
제2해저기지를 향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박무현은 초조함에 입술을 짓씹었다. 어떻게 해저기지에 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사라질 수가 있는 걸까. 그들이 전부 탈출한 거라면 기쁘고 다행인 일인데, 자신은 왜 이토록 불안함을 느끼는가. 해저기지 사람들은 전부 탈출한 거라고 쳐도 무한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엘리베이터가 조용히 상승하는 동안 박무현은 두 손에 목걸이를 꼭 쥔 채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제2해저기지에 도착했다. 두꺼운 문이 열리고 4해저기지와 3해저기지만큼이나 적막한 2해저기지의 전망이 드러났다. 박무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엘리베이터 바깥을 살펴보았다.
조용하다. 말도 안 될 만큼 조용하기만 한 해저기지가 이질적이고 낯설었다. 발소리도, 사람의 말소리도, 하다못해 그 끔찍하던 총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박무현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사람의 흔적을 찾으러 다녔다. 그러다 홀린 듯 전시장의 존재가 떠올라 그곳을 향해 걸어갔다.
전시장은 예상했던 만큼 어두웠으며 소름 끼치게 커다란 보석들이 보란 듯 놓여있었다. 박무현이 기억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박무현은 즉시 전시장에서 빠져나와 중앙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다시피 걸어갔다.
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가 제1해저기지로 올라가는 동안 박무현은 4해저기지에서부터 자신의 속을 뒤집어놓은 불안감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 해저기지에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았다.
250821